Lemma
수학, 거꾸로
도입 · 정의의 위기

“같은 곡선”이란 무엇인가?

칠판에 y=x2y = x²을 그려놓고 무슨 곡선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곡선이지 하고 답한다. 그런데 아래에서는 같은 그림을 세 가지 방식으로 그린다 — 칠은 똑같고, 손의 움직임만 다르다. 곡선은 셋 중 어느 쪽인가? 재생을 누르기 전에 머릿속으로 답을 정해두자. 그 다음에 눌러보자.

외부 응용이 아니라 로 여는 모듈: 같은 그림을 세 가지 방식으로 그린다. 그 위기를 푸는 과정에서 “곡선”이 무엇인지가 다시 정의되고, 그 재정의가 그래픽·물리·애니메이션 같은 응용에서 쓰일 도구가 된다.

도구 사양
정의

함수 γ:[0,1]R2γ : [0, 1] → ℝ². 그림도 상도 아니다 — 함수다. “같다”의 세 층: 같은 상 (가장 약함), 단조 재매개화 동치 (기하학적), 함수로서 같음 (가장 엄격).

적용

묻는 대상이 모양이 아니라 움직임일 때. 베지에 곡선 (디자이너가 핸들을 끌면 컴퓨터가 γ(t)를 계산), 궤적 (γ(t) = 시간 t에서의 위치), 애니메이션 (움직임 경로는 그림이 아니라 매개변수화다), 호의 길이 적분.

한계

그림만 필요할 때 — 종이에 그리기, 윤곽 맞추기 — 에는 함수까지 갈 일이 없다. 점들의 집합만으로 충분하다. 또 하나, “같은 곡선이냐?”는 질문은 세 층 중 어느 것을 묻는지 정해지기 전에는 답이 없다.

스파이크 — 같은 곡선인가?
u0.000
γ를 눌러 재생. u를 끌어 점을 손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흐름
1

γ는 함수다, 모양이 아니다

(어휘 약속: 이 글에서 “곡선”은 매개변수 곡선 — 함수 — 을 가리키고, 점들의 집합은 “상”이라 부른다. 한국어에서 “곡선”은 일상적으로 두 의미를 다 받는데, 한 단어가 두 대상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페이지의 출발점이다.)

은 함수 γ:[0,1]R2γ : [0, 1] → ℝ²다. 위의 세 γ는 서로 다른 세 함수다. 셋은 우연히 같은 — 집합 γ(t):t[0,1]{γ(t) : t ∈ [0, 1]}, 즉 포물선 y=x2y = x²x[1,1]x ∈ [−1, 1] 구간 — 을 공유할 뿐이다. 상은 순서도, 속도도, 방문 횟수도 모두 떨어져 나간 점들의 집합이고, 함수 γ는 그중 어느 것도 아니다. 두 매개변수 곡선이 같다는 건 모든 t에 대해 γ1(t)=γ2(t)γ₁(t) = γ₂(t)라는 뜻이다 — 함수 일치를 따질 때 늘 쓰는 바로 그 판정이다. 기준으로 보면 위의 셋은 같은 그림자를 남기는 서로 다른 세 곡선이다. 다만 함수 일치는 세 층 중 가장 엄격한 층일 뿐이고, 다음 단계에서는 선을 실제로 어디에 그어야 할지를 본다.

2

같은 상이라도 같은 곡선인가?

§ 1의 엄격한 판정은 γ₁과 γ₂를 서로 다른 곡선으로 갈라놓는다 — 같은 그림을 같은 방향으로, 속도만 달리 그릴 뿐인데도 그렇다. 그건 너무 빡빡한 기준이다. 기하학적으로는 같다고 해야 한다. 미분기하학도 실제로 그렇게 한다: 단조 일대일 함수 : [0,1][0,1][0, 1] → [0, 1]가 있을 때 γ와 γφγ ∘ φ를 같은 것으로 본다. φ(u)=((2u1)3+1)/2φ(u) = ((2u−1)³ + 1) / 2 (단조, dφ/du=3(2u1)20dφ/du = 3(2u−1)² ≥ 0)로 두면 γ1φ=γ2γ₁ ∘ φ = γ₂가 정확히 성립한다 — γ₁과 γ₂는 같은 곡선이고, 속도만 다를 뿐이다. γ₃에는 그런 짝이 없다 — 내부 점을 두 번씩 지나는데, 한 번 지나는 일정을 두 번 지나는 일정으로 바꿀 수 있는 단조 φ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일치 (너무 빡빡)와 상의 일치 (너무 헐거움) 사이에 동치가 있고, 대부분의 수학자가 “같은 곡선”이라 부르는 건 바로 이것이다.

3

이게 어디에 나타나나 — 같은 γ, 두 필러

같은 사상 γ(t)가 디자이너의 한 획이 되기도, 포물선의 궤적이 되기도, 진자의 움직임이 되기도 한다. “곡선”이 모양이 아니라 시간의 함수로 바뀌는 순간, 같은 기계가 필러를 가로질러 깔끔하게 갈라진다.

그래픽 : γ는 디자인이다 — 사용자가 보고 싶은 한 획.
물리   : γ는 움직임이다 — 시간 t에서의 물체 위치.

베지에 곡선 — 디자이너가 끌어내는 곡선은 글자 그대로 매개변수 곡선 γ : [0, 1] → ℝ². 핸들을 끌면 γ가 바뀌고, 그림은 γ가 바뀌었기에 바뀐다. 드 카스텔조 알고리즘 자체가 “t와 제어점을 주면 γ(t)를 계산”이다. 같은 도구를 그리기로 쓰는 경우.

포물선 운동 — γ(t) = (v₀ cos θ · t, v₀ sin θ · t − ½ g t²)는 시간 t에서의 위치다. 여기서는 시간이 매개변수, 은 공간 속 궤적. 같은 도구를 움직임으로 쓰는 경우.

진자시계 — θ(t)가 흔들리면서 추 끝이 γ를 그려낸다. 상은 호이고, 함수는 추가 어디에 언제 있는지를 말하는 일정. 탈진기는 그 일정이 t에 대해 주기적이라는 사실 위에서만 작동한다 — 이건 상의 성질이 아니라 γ의 성질이다.

§ 2가 그어놓은 상 vs 매개변수화의 선이, 디자이너의 드래그와 물리학자의 진자가 모두 같은 γ가 될 수 있게 만든다. 각 필러가 보여주는 건 상이고, 각 필러가 다루는 건 γ다.

“같다”의 세 층:

  • 같은 상 — 그림: γ₁ ~ γ₂ ~ γ₃
  • 재매개화 동치 — 기하학적 곡선: γ₁ ~ γ₂; γ₃은 따로
  • 함수로서 같음 — 매개변수 곡선: 셋 다 다름

그림은 가장 약한 층이고, 함수는 가장 엄격한 층이다. 기하학은 그 사이에 산다. 학교 수학은 이 세 층을 곡선이라는 한 단어에 뭉뚱그려 놓는다. “같은 곡선인가?”라는 질문에 깔끔한 답이 없는 건, 그 한 단어가 서로 다른 세 대상을 한꺼번에 짊어지고 있어서다. 위에서 만져본 위젯이 그 세 층을 한 그림 안에 담아 보여준다.

exercises · 손으로 풀기
1위젯 읽기 · 트레일 밀도

γ₂를 재생하고 트레일을 보자. 점들이 가장 빽빽이 모이는 곳은 원점 근처인가, 끝점 근처인가? 왜 그럴까? (트레일의 간격이 일정한 건 호 길이가 아니라 시간 기준이다.)

2구성하기 · 같은 상, 다른 스케줄계산기 없이

상은 정확히 y=x2y = x²x[1,1]x ∈ [−1, 1] 구간이면서, t가 0 → 1로 가는 동안 그 포물선을 세 번 훑는 γ : [0, 1] → ℝ²를 닫힌 식으로 써보자. (힌트: γ₃은 코사인으로 두 번 훑는다.)

3악마의 문제 · '외연적 동등성'

주니어가 말한다: “출력이 같은 두 함수는 같은 함수다 — 외연적 동등성. 그러면 같은 상을 만들어내는 세 γ도 같은 곡선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디가 어긋났는지 한 문장으로 짚고, 매개변수 곡선의 올바른 일치 기준을 적어보자.

용어집 · 이 페이지에서 쓰임 · 4
definitional crisis·정의의 위기
일상에서 쓰던 한 단어가 사실 서로 다른 여러 대상을 한꺼번에 짊어지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 그 단어에 기댄 질문은 대상들을 따로 이름 붙이기 전까지 깔끔한 답을 갖지 못한다. Lemma는 외부 응용을 끌어오지 않을 때 이런 순간을 동기 질문으로 삼는다.
⚠ "정의(定義)의 위기" 또는 "개념적 위기"로 번역되며, 어떤 용어·현상·가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나 정의가 사라져 혼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무너져, 서로 다른 이해로 인해 사회적·학문적 혼란이 발생하는 상태.
parametrized curve·매개변수 곡선
구간 I에서 공간 ℝⁿ으로 가는 함수 γ : I → ℝⁿ. 등식은 함수적이다 — γ₁ = γ₂는 모든 t ∈ I에 대해 γ₁(t) = γ₂(t)라는 뜻. 그려지는 그림(상)은 결과일 뿐, 곡선 자체가 아니다.
⚠ 학교 수학에서 "곡선"은 보통 *상*(image)을 가리킨다. 매개변수 곡선은 그 상을 만들어내는 *함수* 자체 — 같은 그림을 그리는 두 매개변수 곡선이라도, 모든 t에서 값이 일치해야 같은 곡선이다. 영어의 "parametrized curve"는 이 함수 쪽 의미를 분명히 한다.
image (of γ)·상 (γ의 상)
γ : I → ℝⁿ에 대해 상은 집합 {γ(t) : t ∈ I} ⊂ ℝⁿ. γ가 _어디로_ 가는지를 기록할 뿐, _언제_ 또는 *몇 번*은 담지 않는다. 종이에 보이는 것이 상이고, 곡선 γ는 그것을 그린 함수다.
⚠ γ 자체와 다르다. 상은 *점들의 집합* — 순서·속도·방문 횟수가 모두 빠진다. 같은 상을 가진 γ는 무수히 많고, 상만으로는 γ를 복원할 수 없다. 한국어에서는 "이미지", "자취", "상"이 혼용된다 — 미분기하학 맥락에서는 "상"이 표준.
reparametrization·재매개화
단조 일대일 함수 φ : I → I. γ : I → ℝⁿ가 매개변수 곡선이면 γ ∘ φ는 같은 상을 같은 방향으로 (φ가 감소함수면 반대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훑는다. 두 매개변수 곡선이 한쪽이 다른 쪽의 γ ∘ φ로 표현될 때 "재매개화 동치"라 하며, 미분기하학에서 "같은 곡선"의 작업 정의다.
⚠ 한국어 교재에 따라 "재매개화" 또는 "재매개변수화"가 혼용된다. 영어의 reparametrization을 옮긴 말로 의미는 같다. 미분기하학에서 "같은 곡선"이라 할 때 보통 이 동치를 가리킨다 — 함수로서 완전히 같음이 아니라, 단조 일대일 함수 φ로 페이스만 바뀐 것까지 같다고 본다.